오늘은 한국에서 90~150일간(C4, E-8비자 기준) 머물며 일할 수 있는 농촌 이주노동자(법무부 공식 명칭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한국 체류 중 사망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정보공개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사이트 원문정보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문서를 찾던 중, 한국 체류 기간 발생한 사망사고 대응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위와 같이 공개된 문서에는 2023년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과 경상북도 성주군 벽진면에서 필리핀 농촌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경위와 후속 조치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1.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의 사례:
필리핀 카비테주 아마데오시 출신 96년생 마크 프랜시스(남) 2023년 8월 18일 사망.
괴산군 농업정책과에서 생산한 위 문서에서 제가 주목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과학수사대가 부검했고, ‘이상소견 없음’이라고 표기한 대목
의문점: 왜 부검결과 혹은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는지?
필리핀 현지 장례비와 사망위로금을 ‘업체 처리’라고 표기한 대목
의문점: 어떤 업체인지? 왜 업체를 통해 처리했는지?
장례식장 시설이용료 및 방부처리비용 일부를 괴산군에서 지원한다는 대목
의문점: 산업재해 보험의 장의비, 유족급여 등은 지급되었는지?
**법무부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농/어가는 산재보험에 필수 가입하도록 되어 있음.
8월 농가 작업 중 두통을 느끼고 휴식을 취하던 중 사망했다는 경위를 보고, 기상청 날씨누리 과거 날씨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위 보고서의 끝에는 괴산군이 참고한 타시군의 사례로 경북 성주군 벽진면 사망 사건 대응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고 경위와 진행경과가 발생비용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2.경상북도 성주군 벽진면의 사례:
필리핀 팜팡가주 마갈랑시 출신 80년생 코귀란 제니퍼(여) 2023년 3월 12일 사망.
역시 사망 당시 날씨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성주군과 가까운 대구광역시 2023년 3월 기온/강수량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괴산군과 성주군에서 발생한 농촌 이주노동자 사망의 공통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에 입국해 농가에 배정받고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이내 사망한 점
두통을 느낀 후 구토를 하고 쓰러졌다가 그대로 사망한 점
20대 중반, 40대 초반의 청년층이 사망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故 마크 프랜시스 씨와 故 코귀란 제니퍼 씨의 출신지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각각 필리핀 카비테주 아마데오시(2020년 기준 인구 약 4만여 명)와 팜팡가주 마갈랑시(2020년 기준 인구 약 12만여 명)입니다. 마크 씨와 코귀란 씨는 본국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다가 한국에 왔을까요?
이번 정보공개 문서에서는 농촌 이주노동자가 업무 중 혹은 한국 체류 중 사망할 경우 지역자치단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비교적 상세한 내용의 문서이지만 기록에서 생략되었을 부분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괴산군과 성주군의 사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네팔의 사례가 떠올라 더 그렇습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트리부반 국제공항에는 출국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인파가 있는가 하면, 주검이 되어 관에 실린 채 귀국하는 이주노동자들과 유족들도 있습니다(관련글: 네팔 영자일간 ‘The Kathmandu Post’ 사설 Of suitcases and caskets). 2010년대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노동 일과가 끝나고 자다가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들 사례가 많아서 네팔 언론이 이들의 사인에 크게 주목한 적이 있습니다. 사인을 확인할 수 없는 위 괴산군의 사례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사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공공 기록에 남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죽음도 많을 것입니다. 오늘 살펴본 정보공개 문서는 우연히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사항: 정보공개 원문에는 흑색처리된 부분이 없음. 작성자가 임의로 군수 외 공무원의 이름과 농가주 이름, 주소를 편집하여 가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