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던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누온 속헹(Nuon Sokkeng)씨가 한파 속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지 3년여,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주거 환경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요?
정부 정보공개 사이트(open.go.kr)에 공개되어 있는 원문 정보를 뒤지던 중, 2024년 2월께 전라남도에서 도내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현황을 자체 조사해 결과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개된 전남도 문서는 도청 농축산식품국 농업정책과에서 접수한 조사결과가 인구청년이민국 이민정책과의 것으로 파악된다며 문서를 이송한 내용입니다.
전남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아래와 같이 농업정책과에 ‘농업근로자 기숙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관이 따로 있는데 왜 이민정책과로 이송되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외국인계절근로자 숙소 현황 실태조사 결과가 이민정책과로 이송된 이유는 아래 그림과 같이 이민정책과에 ‘외국인 주민 인권.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주무관이 있는 까닭이었습니다.
왜 농업근로자 숙소 건립 문제와 외국인 주민 인권.실태조사 업무를 분리했는지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공문이 공개되면서 함께 공개된 농촌 외국인 노동자 거주 실태조사 결과인데요,
해당 결과를 보고한 곳은 전남 담양군이었습니다.
담양군은 아래와 같이 엑셀표에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2024년 초에 조사한 것으로 2023년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은 158개 농가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조사 방법(전화조사, 탐문조사, 현장조사 등등), 조사인력, 조사기간 등의 정보는 없습니다.
담양군이 2024년 2월 29일 전남도청에 보고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농가 158곳에서 배정된 338명의 계절근로자 중, 모두 16명이 다음과 같은 가설건축물에서 거주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조립식판넬(13명)
하우스 내 가설건축물(2명)
컨테이너(1명)
속헹씨 사망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 1일부로 농축산업에서 조립식 판넬, 비닐하우스 등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고용주에게는 외국인노동자의 고용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양군은 어떻게 농가에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또, 담양군의 엑셀 보고서에 2024년 상반기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두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실거주 상황이 아닙니다.
법무부의 <2023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기본계획>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숙소는 지자체에 인력을 요청하는 고용주 즉 농가에서 제공해야 합니다. 또, 담당 지자체는 외국인노동자의 입국 전에 근로자 숙소를 모두 방문하여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담양군에서 작성한 위 표의 2024년 숙소 중, 주택에 표기된 220명의 숙소는 농가의 인력 수요조사 과정에서 농가가 주택을 제공한다고 답한 결과입니다. 빨간 글씨로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담양군이 방문 점검하기 전에 작성된 문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편, 담양군이 전남도에 제출한 엑셀 파일에는 몇 가지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사업장숙소구비여부’ 열을 보면 모두 ‘여’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여성이 거주 중이라는 것인지, 여성용 숙소를 구비했다는 것인지 의미가 불문명합니다.
기타로 분류된 숙소에서 거주하는 인원도 3명으로 확인되는데, 이 숙소는 어떤 유형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도내 계절근로자 숙소현황(담양군)]은 하나의 시트에 작성된 표인데, 숨겨진 시트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숨겨진 시트는 [계절근로자 신청 고용주 현황(어가, 00지자체)]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강원도 강릉시 계절근로자 신청 고용주 정보가 표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강릉시에 외국인 인력 배정을 요청한 어가의 고용주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담양군이 전남도에 제출한 문서에 왜 강릉시 어가 고용주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을까요? 담양군이 강릉시에서 작성한 표의 내용만 바꿔서 작성하고, 숨겨진 시트를 미처 삭제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전남도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상 정부 정보공개 사이트의 원문정보로 일반에 공개된 문서를 살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관련 보고서를 허술하게 작성.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전라남도가 2024년 초 도내 기초 지자체의 외국인노동자 주거실태를 파악한 결과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전남도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습니다.
응원합니다